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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B.A You
제 일과는 무척이나 불규칙하기는 해요…. 보통분들이 오전 오후 일과로 분류를 한다면 저는 새벽 두시에서 네시 사이 취침을 하고 여섯시 반부터 아홉시 정도에 기상을 해서 신문 대여섯 개를 구독하고 현장을 둘러보고 점심 식사는 가급적 저희 회사 建築集團 MA에서 운영하는 식당 MA味 (마미)에서 손님들이나 MA인들과 함께합니다. 오후에는 디자인 미팅과 클라이언트 미팅들을 하고 이 미팅들이 주로 저녁식사시간 이후까지 이어지곤 합니다. 저녁식사 약속을 외부에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한 달에 두세 번의 외부 식사 약속이 있곤 합니다. 그리고 회사 결재나 이메일 첵업을 하는 게 보통 저녁시간이고요. 이 일정이 조금 일 끝나는 날에는 저녁에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곤 합니다. 보통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고요. 그리고 나면 집 근처 남산에서 한 시간 정도 산책 겸 기도를 하며 하루 있었던 일과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나면 열한 시나 열두시가 되죠. 그때부터가 온전히 저만의 시간이에요. 남산에 있는 제 개인작업실에서 책을 보거나 위스키, 와인을 마시며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구상들을 하곤 합니다. 한마디로 하루하루가 버라이어티합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숲 속의 호수’ 현지 미팅 © 건축집단 MA
제주도 노형동 프로젝트 현장 방문 중 © 건축집단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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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께선 건축의 과정 중 어느 부분을 가장 중요시 여기시는지, 혹은 마음 쓰시는지 궁금해요.
B.A You
저희 建築集團 MA의 지향점인 slogan이 시간을 초월하는 건축 the architecture that transcends time입니다. 어떤 건축가들이나 다 시간을 이겨내는 건축을 한다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특히 한국은 많은 건축가들이 형태적으로 눈에 띄거나 특이한 건축을 지향합니다. 수십 년 수백 년 흐른 건축물들이 참 드문 이유이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근대 역사가 일천해서이기도 하지만 늘 빨리빨리를 외쳐서 우리가 급속 성장을 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신중하게 천천히 오래 지속 가능한 건축공간이나 건축물을 만들어 가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이백 년 후에 우리 후손들에게도 이용되고 그때에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건축물을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건축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주 노형동 프로젝트 © 건축집단 MA
B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을 건축물 소개 부탁드릴게요.
B.A You
가급적 오랜 시간을 머무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그저 잠깐 다녀가거나 사진을 찍는 곳이 아니라 추억과 기억이 있는 장소로서의 건축물이어야 하고 그럴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죠. 개인적으로는 한국적 건축물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서울의 종묘나 경북 봉화의 부석사, 봉정사, 안동 하회마을, 병산서원, 전라도 쪽의 소쇄원 등등 한국의 공간들을 가급적 추천드립니다. 나머지 현대건축물들은 전시 등이 열리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추천합니다. 특히나 아이들은 금방 질려 할 수 있으니 음악회나 전시회 등과 함께 보러 가시면 좋을 듯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도 하루 날을 잡아서 가시면 좋겠습니다.
평창동 프로젝트 © 건축집단 MA
B
대표님께 옷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요.
B.A You
옷뿐만이 아니라 의식주와 관련된 건 문화예요. 우리가 문화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분야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의복문화, 식문화, 건축문화 등등 문화가 붙을 수 있는 분야들의 공통점은 오래 걸린다는 것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어쩔 수 없이 대량생산되는 의복을 입고 공장에서 만드는 음식을 간단히 데워서 먹고, 아파트같이 대량생산된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그게 좋고 훌륭해서가 아니잖아요. 이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고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 고안된 틀이어서예요…
우리 인간들이 하나의 부속품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된 거죠. 그런데 그게 좋고 훌륭해서가 아닌 만큼 자기만의 취향과 철학, 자기만의 향기가 나는 것을 만들고 그것을 표현해 내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해요. 옷은 그중에서도 가장 손쉽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매일매일 옷 입는 게 즐거워야 하고 고민할 수 있어서 제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난감이에요..
B
‘ 좋은 취향 ’ 은 베네베네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단어기도 해요. 좋은 취향에 관한 생각과 좋아하는 물건에 대해 공유해 주세요.
B.A You
취향을 흔히들 감각으로만 생각하는데 감각으로 점철된 취향은 수명이 짧아요. 좋은 취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익어가고 그 사람만의 향기가 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적인 요소가 필수입니다. 어떤 물건에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해요. 그게 없는 물건이나 취향은 의미도 없고 철학이 없는 사람들이 늘 명품을 찾거나 비싼 물건만이 좋은 물건이자 자신의 취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특히나 한국에 만연해 있어요. 저는 물건의 경우 구입을 할 때 제가 잠시 사용하다가 이 세상을 떠나거나 시간이 흐른 후에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물건들을 구입해요.
명품이나 브랜드명이 바깥에 명시되어 있는 옷이나 물건은 거의 구입하는 일이 없어요. 내가 어떤 브랜드의 홍보수단이 되거나 대량생산체계의 산물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극구 싫어하는 편입니다. 자신만의 취향과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서 명품이건 시장 물건이 건 멋지게 코디해서 입을 줄 알지만 그게 없는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나 명품에 꽂혀서 그 브랜드가 자신들의 취향이라고 믿곤 합니다. 베네베네가 좋은 취향을 가진 분들께서 구입하시고 이야기가 입혀지고 대대손손 이어져 갈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를 응원합니다.